시론 - ‘너무’를 너무 남용한 언어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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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 ‘너무’를 너무 남용한 언어 현실
  • 페이퍼뉴스 임한율 편집위원
  • 승인 2021.09.05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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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한율 위원

 

 

 

임한율 (본지 편집위원, 남양주야학 국어교사)

 

요즘 사람들 특히 젊은 세대들은 너무라는 말을 너무 많이 사용한다.

너무 이쁘다’ ‘너무 좋다’ ‘너무 착하다’ ‘너무 재미있다’ ‘너무 아름답다’ ‘너무 먹는다등등 너무란 말을 너무 남발하고 있다. 심지어 너무너무라고 두 번 이상 강조하는 어처구니 없는 경우도 더러 있다.

너무는 동사 넘다에서 파생한 부사(副詞)이며, 사전적 의미는 본디 정도나 한계에 지나치게라는 뜻이다. 그래서 아래 예문들처럼 좋지 않다는 부정적 의미의 내용과 자연스럽게 잘 어울린다.

예문) 꿈이 너무 큰 것 아니냐? 너무 심한 운동은 몸에 무리가 온다. 우리 두 식구가 살기에는 집이 너무 크다. 문제가 너무 어려워서 제대로 풀지 못했다. 물이 너무 맑으면 고기가 모이지 않는다.

 

20156, 그러니까 6년 전 국립국어원(國立國語院)은 그동안 부정적인 서술어에만 어울려 쓸 수 있었던 너무라는 부사를 긍정적인 서술어와도 쓸 수 있게 하였다. ‘너무의 뜻도 일정한 정도나 한계에 지나치게에서 일정한 정도나 한계를 훨씬 넘어선 상태로 확장하여 수정했다. 그간 너무위험하다’, ‘어렵다같은 부정적인 서술어와만 어울릴 수 있었지만, 이런 수정조치로 말미암아 너무 좋다’ ‘너무 반갑다’ ‘너무 예쁘다같은 표현도 어울려 쓸 수 있게 한 것이다.

국립국어원이 너무의 뜻을 바꾼 이유는 언중(言衆), 즉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국민들이 너무를 현실적으로 긍정과 부정의 의미로 폭넓게 받아들이고 사용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표준어가 규범성이 있어 기본적으로 보수적이지만, 국어의 정체성(正體性)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라면 변화된 언어 현실에 맞게 표준어를 조금씩 개선하는 게 옳다고 판단하였다. 즉 다수 언중이 사용하는 언어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그렇다고 하여, 어법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여 너무를 남발하면 결코 안 될 일이다. 긍정적인 표현에 너무란 부사를 쓸 수 있도록 배려했다 하지만 우리 말 중에는 긍정을 강조하는 다양한 부사들이 많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 ‘’ ‘아주’ ‘정말’ ‘매우’ ‘무척’ ‘몹시’ ‘엄청’ ‘대단히’ ‘굉장히등 유사한 의미의 부사어가 많은데도 별로 사용하지 않아 없어질 위기에 처해 있다.

 

예문) 오늘 덥지요? 생각보다 학교가 멀어요. 그 영화는 아주 재미있다. 그녀는 정말 착하고 예쁘다. 이번 안건은 매우 중요하여 비공개 회의로 진행하였다. 어머니는 나의 합격 소식에 무척 기뻐하셨다. 어제는 바람이 몹시 심하게 불었다. 남대문 시장은 옷값이 엄청 싸더라. 바쁘신데 이렇게 와 주셔서 대단히 고맙습니다. 설악산은 굉장히 높고 아름다운 산이다.

 

위의 예문들처럼 경우에 맞고 또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는데 아무런 의미 차이도 없이 오로지 '너무'만 쓰다 보면 우리말의 표현력이 너무 단순하고, 다른 부사어들은 결국 사라지고 말 것이다. 또한, 말의 품격도 떨어지지 않을까 은근히 염려되는 상황이다. 조금만 더 고민해 보면 경우에 합당하면서도 듣기에도 좋고, 적합한 단어를 잘 사용할 수 있을 텐데 정말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이 대목에서 한 가지 더 언급한다면, 이와 같은 맥락으로 국립국어원은 최근 복수표준어(複數標準語)를 추가하였다. 이는 둘 이상의 단어를 모두 표준어로 삼는 경우를 말한다.

 

예문) 복사뼈/복숭아뼈, 소고기/쇠고기, 봉숭아/봉선화, 고까신/꼬까신, 뜨락/, 날개/나래, 눈초리/눈꼬리, 자장면/짜장면, 냄새/내음, 벌레/버러지, 넝쿨/덩굴, 볼우물/보조개, 옥수수/강냉이, /노을, 마을/마실, 만날/맨날, 고깃간/푸줏간, 택시비/택시삯, 괴발개발/개발새발, 얼핏/언뜻, 섬찟/섬뜩, 진즉/진작, 영글다/여물다, 쌍꺼풀/쌍까풀, 가위표/가새표, 귀고리/귀걸이, 손자/손주, 잎새/잎사귀, 우레/천둥, 메우다/메꾸다, 삐지다/삐치다, 추근대다/추근거리다, 예쁘다/이쁘다, 고소하다/꼬시다, 까다롭다/까탈스럽다, 주책없다/주책이다, 어리숙하다/어수룩하다, 헛갈리다/헷갈리다

 

국민들이 실생활에서 일상적으로 많이 사용하지만 표준어(標準語)로 인정되지 않았던 단어들을 위의 예처럼 복수표준어로 추가했다. 국립국어원은 그 이유에 대하여 급변하는 언어환경에 대응하기 위해서, 국민 언어생활의 편의를 높이기 위해서, 규범의 큰 틀을 유지하면서 한글맞춤법 어문규정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결론적으로 말하여 최근의 추세를 보면 어문 정책도 언중(言衆)이 사용하는 언어 현실을 따라가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우리도 거기에 발맞춰 잘 이해하고 호응하며 언어를 제대로 사용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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