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부작사부작 서울둘레길 3코스를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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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부작사부작 서울둘레길 3코스를 걷다!
  • 페이퍼뉴스 임한율 편집위원
  • 승인 2021.02.02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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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부작사부작 서울둘레길 3코스를 걷다!

                            임 한 율 <본지 편집위원, 남양주야학 교사>

트레킹을 시작하며...맨 왼쪽이 필자

 

2021 첫 트레킹에 나서다

* 트레킹 일시 : 2021. 1. 21()

* 트레킹 장소 : 3코스 (고덕일자산 구간)

* 트레킹 코스 : 광나루역~광진교~암사나들목~고덕산~샘터공원~명일공원~일자산

~성내천~거여공원~장지천~탄천~수서역

* 트레킹 인원 : 문방사우 4

* 트레킹 거리 및 소요시간 : 26.1 km, 7시간 (난이도 : )

 

지난 달, 그러니까 작년 12월에 서울둘레길 1코스에 이어 이번엔 3코스 고덕일자산 구간을 걷는다. 코스가 상당히 긴 장거리인 관계로 우리 문방사우(問訪四友)09시에 광나루역 2번 출구에 집결한다. 하늘은 회색빛으로 잔뜩 흐려 있다. 일기예보를 보니 오후에 비가 내린단다. ‘광나루는 광장동에 있었던 옛 나루터 이름으로 조선시대 교통의 요충지였다. 청소년수련관을 지나 광진교(廣津橋) 초입에 들어서니 빨간 우체통 형태의 스탬프 박스가 우릴 기다리고 있다. 날씨가 많이 풀렸다고는 하지만 어제가 대한(大寒), 찬바람을 정면으로 맞으며 광진교를 걷는다. 서울의 젖줄 한강, 아무리 세상이 시끄럽고 혼탁하여도 항상 말없이 흐르는 아름답고 자랑스러운 우리의 한강을 건넌다. 얼음이 하얗게 꽁꽁 얼어있다. 우리 어렸을 적 동네 앞 저수지에서 추운 줄도 모르고 씽씽 썰매 타던 추억이 불현듯이 되살아난다.

 

한강드론공원을 지나는데 왼쪽 한강변에 갈대밭이 끝없이 이어진다. 암사동 생태경관 보전지역으로 들어선다. 대규모의 넓은 텃밭도 등장하는데 아마 공동으로 경작하는 주말농장인가 보다. 6천년 전 신석기인(新石器人)들의 거주지였던 암사동유적지 옆을 스쳐 걷는다. 한강 유역의 대표적인 신석기 유적으로 지금까지 발견된 것 중 최대 유적이라 한다. 유적지 안에 꾸며 놓은 신석기인들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여러 가지 자료와 다양한 조형물을 관람하고 싶지만 우리는 시간관계상 다음을 기약한다.

동네를 거쳐 야트막한 고덕산으로 접어든다. 높이 108m의 낮은 야산으로 고려말 충신 이양중 공이 고려가 망하고 조선이 개국되자 관직을 떠나 이 산자락에 은거하였다. 후일 인근 사람들이 공의 고매한 인격과 덕성을 기리고자 고덕산(高德山)으로 불렀다 한다.

강 건너 저쪽에 내가 사는 구리시가 한눈에 들어오고 구리한강공원의 대형 태극기가 펄럭거린다. 저 멀리 덕소 예봉산도 아스라이 보인다. 강동 아름숲 샘터공원이 등장한다. 사람들이 마스크를 낀 채 각종 운동기구에서 열심히 운동도 하고 산책을 즐기는 사람도 꽤 많다. 딱딱따루루루 따악∼∼ 갑자기 산길 바로 옆 나무에서 딱따구리 녀석이 맑은 공명음(共鳴音)을 울리고 있다. 언제 들어도 참 듣기 좋은 자연의 소리다. 탁목조(啄木鳥)라고도 불리는 딱따구리는 나무껍질에 구멍을 뚫고 딱정벌레 같은 벌레를 잡아먹기도 하고 나무 열매를 따먹기도 한다. 엄청나게 크고 빠른 속도로 나무를 쪼는데도 뇌 손상에 전혀 지장이 없다는 말을 듣고 자연의 경이로움에 대하여 다시금 감탄을 한다.

 

우리 일행은 이제 일자산으로 들어선다. 초입에서 두 번째 스탬프를 찍는다. 경사나 굴곡이 비교적 완만한 산등성이가 쭈욱 길게 뻗어있어 일자산(一字山)으로 불린다. 누가 붙여준 이름인지 참 재미있다. 그 이름처럼 끝없이 펼쳐지는 오솔길은 사부작사부작 걷기에 안성맞춤이다. 호젓하고 포근한 흙길을 걸으며 정겨운 대화도 나누고, ‘진도아리랑한 대목을 콧노래로 흥얼거린다.

 

아리아리랑 스리스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응응응 아라리가 났네.

뒷산에 딱따구리는 없는 구멍도 뚫는데, 우리 집에 서방님은∼∼♪♬

 

산길에 이은상의 그리움이란 시조가 세워져 있다. 노산 이은상(李殷相, 19031982) 선생은 우리 어렸을 적 학창시절에 익히 듣고 배워 친숙한 분이시다. 현대시조의 선구자로 가고파, 성불사의 밤, 봄처녀, 옛 동산에 올라 등 주옥같은 작품이 교과서에 수록되어 많이 배웠으며, 특히 고3 고지가 바로 저긴데를 암송한 기억이 난다.

이은상 시인의 '그리움'
이은상 시인의 '그리움'

 

고지가 바로 저긴데 / 이은상

 

고난의 운명을 지고 역사의 능선을 타고

이 밤도 허우적거리며 가야만 하는 겨레가 있다

고지가 바로 저긴데 예서 말 수는 없다.

 

넘어지고 깨어지고라도 한 조각 심장만 남거들랑

부둥켜 안고 가야만 하는 겨레가 있다

새는 날 핏속에 웃는 모습 다시 한번 보고 싶다.

 

조국 통일의 간절한 염원을 노래한 시조(時調)이다. 이곳 둔촌동은 이집(李執, 13271387)의 호 둔촌(遁村)을 따서 지어진 이름이다. 선생은 고려말 학자문인으로 공민왕 때 신돈의 미움을 받아 이곳 토굴로 숨어들어 은둔생활을 하였다 한다. 일자산 해맞이광장에 설치된 둔촌 이집 선생 시비에는 후손에게 독서(讀書)를 권장하는 시가 새겨져 있다. 예나 지금이나 독서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사람들이 갈수록 책을 읽지 않은 현상은 참으로 안타까운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독서는 앉아서 하는 여행이요, 여행은 움직이면서 하는 독서다. 꿈은 꿈꾸는 자의 것이요, 미래는 준비하는 자의 것이다.

한적한 쉼터의 나무 탁자에 앉아 점심식사를 한다. 김밥, 찰떡, 따끈한 커피, 수프, 과일, 막걸리... 간이탁자가 갑자기 조촐하고 풍성한 잔칫상이 되었다. 우리는 막걸리 잔을 들고 백 살까지 두 발로 산에 가자!”를 줄인 백두산건배사 구호를 외치며 꿀꺽꿀꺽 맛있게도 마신다. 갑자기 세상이 편안해지는 듯∼∼

 

다시 출발, 고즈넉한 산길 흙길을 계속 어울렁더울렁 걷는다. 공동묘지가 나타난다. 일자산 자락에 옹기종기 누워 있는 무덤 옆을 지나노라니 산 자와 죽은 자가 말없이 교감하는 것 같다. 핑계 없는 무덤 없다는 말도 있듯이 무덤마다 각각 깊은 사연을 품고 있으리라.

산길을 내려와 회색빛 포장도로로 접어든다. 방이동 생태경관 보전지역에서 세 번째 스탬프를 찍은 후 계속 걷고 또 걷는다. 누죽걸산, 누우면 죽고 걸으면 산다는 말을 마치 실감이나 하는 듯이∼∼

성내천이 나타난다. 청량산에서 발원하여 송파구, 마천동, 오금동, 풍납동을 거쳐 한강으로 흘러드는 하천이다. 하천을 따라 둘레길 산책코스가 잘 조성되어 남녀노소 많은 사람들이 삼삼오오 산책하고 있다. 이렇게 편안한 마음으로 풍경을 감상하고 맑은 공기를 마시며 산책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은 매우 좋은 현상이다.

성내천(城內川) 하늘에 새들이 유유히 날고 있다. 훨훨 자유로이 하늘을 나는 저 새들이 그저 부럽기만 하다. 하기사 우리도 저 새들처럼 즐거운 대화 나누며 쉬엄쉬엄 경쾌하게 걷고 있으니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한겨울에도 성내천은 활기가 넘치는 분위기다. 벤치에 앉아 여가를 즐기는 젊은이들, 천변을 달리는 자전거족들, 호시탐탐 물고기를 노리는 물오리 떼, 왜가리들이 겨울을 마음껏 즐기고 있다.

 

두 시쯤에 어김없이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오늘만큼은 일기예보 적중, 이제 며칠 후면 입춘(立春)이다. 봄을 재촉하는 가랑비가 보슬보슬 내린다. 기분이 좋다. 가랑비에 옷이 젖는다며 각자 우산을 펼쳐 든다. 거여공원, 장지천을 통과하여 이제 탄천으로 들어선다. 탄천에 얽힌 전설(傳說) 한 토막...

 

옛날에 삼천갑자 동박삭(東方朔)이 이 하천 근처에 은신해 있다는 것을 알고, 옥황상제가 그를 잡기 위해 저승사자를 시켜 이곳에서 숯을 씻도록 하였다. 마침 이곳을 지나는 동방삭이 이 광경을 보고 이상하여 숯을 물에 왜 씻고 있소이까?” 물었다. 사자가 숯이 검어서 내 옷을 더럽히기에 희게 하려고 씻는 것이요.” 그 말을 들은 동방삭은 배꼽을 잡고 웃으며 말했다. “내가 삼천갑자를 살았지만 숯을 강물에 씻는 놈은 생전 처음 보네그려.” 하고 말하자 사자는 이 자가 동방삭임을 알아챘다. 즉시 사로잡아 옥황상제에게 데리고 갔는데 이때부터 이 하천을 탄천(炭川), 우리말로 숯내라고 불렀다는 이야기다.

 

페이퍼뉴스 독자들에게 둘레길 산행기를 띄운다
페이퍼뉴스 독자들에게 둘레길 산행기를 띄운다

허허, 그래서인지 탄천에서 헤엄치며 놀고 있는 물오리 녀석들도 완전 깜둥이로세. 우리 일행은 마지막 스탬프를 의기양양(意氣揚揚)한 기분으로 찍은 후 종착지인 수서역에 도착한다. 26.1km의 구간으로 상당히 긴 거리지만 길이 평탄하여 별로 힘들지 않았다. 길을 걸으며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느꼈다. 서울의 역사와 문화, 생태뿐만이 아니라 내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였다. 길은 항상 넓고 반듯한 길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구불구불 좁고 작은 길이 더 아름답다는 것을∼∼

 

뿌듯한 자신감과 성취감에 불끈 새 힘이 솟는다. 신축년(辛丑年) 새해 1, 희망의 달 1월이 좋으면 1년 내내 좋지 않겠는가. 희망을 품고 사는 사람은 한겨울에도 봄을 기다리며 경쾌한 노래를 부른다. 희망은 새로운 가능성을 위한 생명줄이며, 우리에게 생명의 활력소를 제공한다.

우리 문방사우는 앞으로도 계속하여 서울둘레길을 돌면서 구석구석 모든 길을 탐방하며 감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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