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란한 단풍을 바라보며
상태바
현란한 단풍을 바라보며
  • 페이퍼뉴스 임한율 편집위원
  • 승인 2020.11.06 20: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임한율 편집위원 (남양주야학 교사)

바야흐로 최고의 단풍 시즌이다. 산에도 들에도 온통 알록달록 단풍 세상이다. 단풍의 산이요, 단풍의 물결이다. 눈이 시릴 정도의 파아란 하늘과 붉고 노오란 단풍이 곱게 어우러진 모습은 잘 그려진 한 폭의 수채화처럼 아름답다. 진하고 화려한 모습이 가히 환상적이다. 울긋불긋 형형색색 온 세상이 그야말로 오색단풍의 향연이다. 땅은 도대체 언제 어디에 이렇게도 아름답고 현란한 색상들을 간직해 두었다가 일시에 온 천지에 내뿜는 것인지 참으로 신비스럽기만 하다.

점차 밤이 길어지고 기온이 차가워지는 가을이 되면 나무들도 이제 서서히 월동준비를 시작한다. 이때 푸른 나뭇잎의 초록 엽록소(葉綠素)가 점점 소멸되고 대신 안토시아닌 색소가 생성되어 나뭇잎 색깔이 붉게 혹은 노랗게 변하는데, 이것이 바로 단풍(丹楓)’이라고 생물학 전공한 친구가 설명해 준다.

어제 백봉산을 다녀왔는데 말 그대로 만산홍엽(滿山紅葉), 산 전체가 불붙은 듯 울긋불긋 단풍으로 가득 차 있다. 단풍나무와 담쟁이 잎은 빨간 선홍색으로, 은행나무 잎은 노랗게 물들어 산행하는 사람 사람마다 그 아름다움에 감탄사를 연발한다.

이 아름다운 단풍 세상이 영원하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머지않아 현란한 단풍들도 하나의 낙엽이 되어 사라질 것이다. 소슬한 가을바람에 쓸쓸히 뒹굴고, 마침내는 하찮은 쓰레기 잔해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서글프고 안타까운 현상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사라짐 속에 또한 아름다움이 있다고 하지 않은가. 조만간 사라질 단풍들은 왜 이렇게도 아름답고 화려할까? 삽시간에 사라져버릴 저녁 하늘의 노을은 왜 그다지도 붉고 화려할까? 사랑했던 이가 곁을 떠난 뒤에야 비로소 그토록 그리워지는 것은 왜일까? 가지고 있을 땐 그 소중함을 모르다가 잃고 난 뒤에야 그 진가를 깨닫는 것은 왜일까? 사라지는 것들은 아름답다. 그래서 자연 세계든 인간 세계든 사라져야 할 때를 알고 스스로 사라짐은 얼마나 위대하고 아름다운가. 졸시를 소개한다.

 

스스로 떠나감은 아름답다

 

만추의 계절

노을처럼 붉은 낙엽들

초라한 모습으로 뚜욱뚝 떨어진다

 

한여름 땡볕 소나기 태풍에도

강렬한 눈빛 매혹적 향기로

당당히 버티던 그대들

비로소 모든 걸 내려놓고

허공에 몸을 내맡긴다

 

가야 할 때를 깨닫고

스스로 떠나감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하지만 초록빛 사랑

사무친 그리움은

어찌하리오 어찌하리오

 

새 봄 도래하면

다시 돌아오리라 돌아오리라

사랑했던 그대 찾아서.

 

그 고운 단풍잎도 가까이서 자세히 들여다보면 온전한 것은 별로 없다. 흠도 많고, 구멍 뚫리고, 뒤틀어지고 참 볼품이 없다. 하지만 수많은 단풍들이 함께 모여 어우러졌을 때 이렇게도 화려하고 아름다운 장관을 연출한다. 우리 인간 세상도 마찬가지다. 한 사람 한 사람 개인주의가 아니라 여럿이 더불어 어우러져 공동체적 조화를 이룰 때 더욱 가치 있고 빛나고 아름답다. 혼자의 힘은 보잘 것 없고 미약하지만 여럿이 힘을 모아 서로 돕고 나누고 융화단결(融和團結)할 때 커다란 위력을 발휘한다.

소슬바람에 낙엽이 뒹굴면 쓸쓸하고 서글픈 분위기다. 그렇지만 그 낙엽이 떨어진 자리엔 새 봄을 준비하는 나무의 눈이 남는다. 꽃 피고 새가 노래하는 희망의 계절 봄이 되면 다시 그 눈에서 어김없이 싹이 트고 아름다운 꽃이 피어난다. 위대한 자연의 순리요 계절의 섭리이다. 이 오색단풍의 향연(饗宴)은 머지않아 곧 사라질지라도 아름다운 이미지와 영상만큼은 우리들 가슴 속에 고이고이 오래오래 간직하도록 하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