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20대 중반이었던 1986년, 나는 고흥반도 남쪽 끝 녹동항에서 보이는 작은 섬 소록도(小鹿島)를 취재차 다녀온 적이 있다.
당시 중앙일보 '여성中央'에 재직 중이었는데, 게재되었던 기사 제목이 '누가 있어 이 天刑의 사슬을 끊으랴'였다.
나는 이 기사의 제목 중 '天刑'이란 문구 때문에 한동안 큰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나병(癩病)' 즉 '한센병(Hansen's disease)'이 왜 '하늘이 내린 벌'이냐는 게 한센인들의 항변이었다.
다행히 기사의 본문 내용이 제목과는 달리 한센인들의 애환과 정부의 부당한 처우, 한센병에 대한 사회의 잘못된 인식에 대해 지적한 것으로 제목에 대한 오해가 풀려 곧 곤욕에서 벗어날 수가 있었다.
아무튼, 당시 어린 사슴의 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100년 넘은 아픔을 아직도 청산하지 못한 애환의 섬 그 소록도 취재를 마치고 돌아오면서 덜덜거리던 낡은 시외버스 안에서 눈물로 썼던 拙詩 '소록도'가 대중가요 노랫말로 다시 써졌고, 1987년 김인수 작곡가가 곡을 붙이고 당시 톱 모델이었던 김종훈이 가수 데뷔 앨범으로 취입, 서라벌레코드사를 통해 LP판으로 시중에 출시되었다.
이 노랫말은 여러 버전으로 작곡과 편곡 과정을 거쳐 많은 가수가 노래를 불렀고, 최근엔 가수 고유미가 또다시 새로운 편곡 버전으로 음반을 출시했다고 내게 알려왔다.
37년 만에 다시 새롭게 옷을 갈아입고 나온 노래 '소록도'가 대중의 많은 사랑을 받기를 기대해 본다.
덕분에 나도 이참에 부자 좀 되어봤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