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전설의 '할미꽃 이야기'-임한율 수필과 시
상태바
슬픈 전설의 '할미꽃 이야기'-임한율 수필과 시
  • 페이퍼뉴스 임한율 편집위원
  • 승인 2022.05.04 14: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슬픈 전설의 할미꽃 이야기

              임한율 (시인, 본지 편집위원, 남양주야학 교사)

할미꽃
할미꽃

, , 봄이다. 겨우내 땅속에 묻혀 있던 새싹들이 머리를 내밀고, 진달래 개나리 벚꽃 등 각양각색 다양한 꽃들이 앞다투어 피어나고 있다. 봄을 기다리는 마음이 간절하였기에 그 감회 역시 어느 때보다 크다. 특히 코로나19로 지구촌 전 지역이 극심한 고통과 혼란을 겪고 있지만 피어나는 봄꽃들을 보면서 희망을 가져본다.

 

친구들 넷이서 남한산성(南漢山城) 유적지 따라 한바퀴 돌았는데, 산 아래쪽엔 벚꽃이, 위에는 진달래꽃이 만발하여 일행을 활짝 반겨준다. 내 고향 뒷산에도 이맘때쯤 진달래와 할미꽃이 유난히 많이 피어났다. 특히 할미꽃은 양지바른 언덕이나 무덤가에 많았다. 온몸에 하얀 털이 나고 꽃대 허리가 구부러진 붉은빛 할미꽃...

 

신라 시대 학자인 설총이 쓴 <화왕계(花王戒)>를 보면 할미꽃이 머리가 허옇게 센 노인 백두옹(白頭翁)’으로 등장한다. 그 백두옹은 화왕 즉 꽃의 임금인 모란에게 요망한 간신을 멀리하고 정직한 충신을 가까이 하라는 직언을 서슴지 않는다. 하지만 민간에 전해오는 <할미꽃 전설>을 보면 슬픈 사연을 지닌 꽃으로, 우리 국민학교 때 국어 교과서에 실렸던 이야기를 회상해 본다.

 

옛날에 홀어머니가 온갖 고생을 하며 딸 3형제를 키워 시집을 보냈다. 큰딸은 부잣집으로, 둘째딸은 잘 나가는 장사꾼 집으로, 막내딸은 가난한 선비네로 시집을 갔다. 어머니는 홀로 외롭게 살다가 세월이 흘러 허리 굽은 할머니가 되었다. 사랑하는 딸들이 보고 싶어 맏딸 집에 갔는데 사흘 만에 눈치가 보여 둘째에게 찾아갔지만 여기도 처음엔 반가워했지만 열흘 정도 지나니 큰딸과 마찬가지였다.

 

추운 겨울에 쫓겨난 할머니는 지팡이를 짚고 막내딸을 찾아 길을 떠났다. 막내는 언니들과는 달리 마음이 고운 아이였다. 이 귀여운 딸을 어서 빨리 보고 싶은 마음에 눈 쌓인 고갯길을 헐레벌떡 올라갔다. 산마루 저 아래쪽에 초가집들이 보이자 할머니는 목청껏 소리쳐 막내딸을 불렀지만 기진맥진한 터라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계속해서 딸을 부르다 그만 숨을 거두고 말았다.

 

며칠 후, 막내딸은 어머니가 자기 집을 향하여 언니네 집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 ‘이렇게 추운 날에 혹시나?’하고 신랑과 함께 고개까지 올라왔다. 아뿔싸! 어머니 시신을 발견한 막내는 목 놓아 슬피 울면서 양지 바른 곳에 정성껏 장사를 지냈다.

 

봄이 되어 어머니 무덤을 찾아가니 무덤 위에 아직까지 본 적 없는 자줏빛 댕기를 닮은 붉은 꽃이 허리를 구부리고 아랫마을을 내려다보듯이 피어 있다. 사람들은 이 꽃을 할머니의 넋이 꽃이 되었다고 하여 할미꽃이라 불렀고, 노인의 흰머리꽃이라 하여 백두옹(白頭翁)이라고도 부른다.

 

부모는 자식을 낳아 기르며 뒷바라지하는 일에 여념 없이 살아간다. 그러다 보면 세월이 흐르고 당연히 노인이 되어 부모에게 남는 것이라곤 늙은 몸밖에 없게 된다. 그런데 성장한 자식들은 늙은 부모 모시기를 꺼리고 회피하려 한다. ‘할미꽃 전설은 이러한 자식들의 심리와 그 일을 당한 부모의 서글픈 마음을 잘 나타내고 있다.

 

경로효친사상(敬老孝親思想)이 점점 희박해지고 어른을 경시(輕視)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부모를 위하는 지극한 효심과 훈훈한 인정이 이기적인 현대인의 마음을 대지를 녹이는 봄바람처럼 녹여주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할미꽃 /  임한율

 

봄 햇살 부축 받으며

무덤가에 수줍게 피어난 할미꽃

 

아득히 먼 겨울날

막내딸 찾아가다 쓰러진 할머니

 

양지 바른 무덤 위

서러운 모정(母情)으로 부활하였네

 

핏빛 검붉은 맵시에

은빛 머리 다소곳한 자태

, 슬픈 추억의 화신(化身)이여!

 

푸른 하늘 차마 부끄러워

고개 숙여 눈물짓는 백두옹(白頭翁)

 

오늘날 노인 경시 풍조

애처로이 한탄하는 할미꽃 넋이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