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둘레길 대미를 장식하다, 기나긴 여정(8-1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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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둘레길 대미를 장식하다, 기나긴 여정(8-1코스)
  • 페이퍼뉴스 임한율 편집위원
  • 승인 2022.01.02 16: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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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방4우 (오른쪽에서 두번째가 필자)
문방4우 (오른쪽에서 두번째가 필자)

임한율 (시인, 남양주 구리 지역신문 페이퍼뉴스 편집위원, 남양주야학 국어교사)

* 일시 : 2021. 11. 21(일). 맑음

* 장소 : 서울둘레길 8-1코스 (북한산 구간)

* 코스 : 구파발역~선림사~북한산 생태공원~장미공원~탕춘대성암문

~평창마을길~연화정사~형제봉 입구~성북생태체험관

* 인원 : 문방사우 4명

* 거리 및 소요시간 : 18.3km, 7시간 (난이도 : 中)

우리 문방사우(問訪四友) 일행은 구파발역 2번 출구 앞 집결하여 반가운 얼굴로 만난다. 오늘은 서울둘레길 마지막 여정으로 8코스를 걷는다. 이 코스는 북한산과 도봉산을 연결하는 구간으로 총 노선이 35.8km로 워낙 길어 하루 만에 통과할 수 없다 하여 우리는 2회에 걸쳐 싸목싸목 걷기로 결정하였다.

​서울둘레길은 사람을 위한 길, 자연을 위한 길, 둘레둘레 산책하는 길, 이야기가 있는 길을 걷는다는 목적으로 조성되었다. 물길과 흙길, 숲길과 하천길, 마을길을 연결하여 천천히 걸으면서 보고 듣고 느끼고 체험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총 157km의 도보길이다. 이 중 8코스는 대체적으로 역사유적, 문화재, 사찰뿐만 아니라 계곡, 산길 등 자연적 요소가 많이 분포돼 있어 볼거리가 다양한 구간이다.

​서울둘레길 안내판

잘 정비된 은평뉴타운지역 은진초교 옆을 지나 진관천(津寬川)으로 접어든다. 산들산들 가을바람 맞으며 진관천 따라 산책길을 사부작사부작 걷는다. 갈대와 물억새, 부들이 소슬바람에 하늘거린다. 갈대숲에선 귀여운 참새 떼들이 포롱포롱 부산스레 움직이고, 하천에선 오리 녀석들이 먹이 찾느라 분주하기만 하다. 너나없이 모두들 생존을 위해 계절에 관계없이 밤낮으로 부지런히 노력하고 있다.

​곳곳에 정겨운 징검다리도 보이고, 목을 길게 뺀 채 사냥에 집중하고 있는 왜가리도 보인다. 이름도 재밌는 메뚜기다리, 밥할머니교를 통과하니 멋스러운 인공폭포가 등장하는데 가동은 하지 않는다. 여름철에는 제법 시원하고 운치도 있으리라.

이제 산길로 접어든다. 선림사(禪林寺) 입구가 나타난다. 삼거리에 설치된 빨간 우체통에서 첫 스탬프를 기분 좋게 찍는다. 이 빨간 스탬프통은 서울시가 사라져가는 우체통을 재활용해 둘레길 총 27곳에 설치했다고 한다. 기발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이곳 선림사에서 도봉탐방지원센터까지는 북한산둘레길과 겹치는 구간이다. 그래서 별도의 서울둘레길 안내는 없고 북한산둘레길 안내표시를 따라 이동하면 된다. 올해의 끝물 단풍이 영광의 푸른 시절을 반추(反芻)하며 마지막 투혼의 불꽃을 피우고 있다. 사라지기 직전 핏빛 황홀한 노을이듯 / 무서리 맞은 새빨간 잎 봄꽃보다 더 고혹스럽구나 / 그리도 치열 맹렬했는데 그리도 화려 찬란했는데 / 이제 모두 뒤로 하고 조용히 떠나야 할 시점~~

​우리 일행은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며 고즈넉한 오솔길을 사부작사부작 걷는다. 호젓한 산길을 참나무 낙엽(落葉)이 온통 뒤덮고 있다. 바스락바스락 사그락사그락 낙엽 밟는 소리와 그 감촉이 참 좋다. 문득 구르몽의 시 ‘낙엽’이 떠오른다.

​시몬, 나뭇잎새 져버린 숲으로 가자.

낙엽은 이끼와 돌과 조롱길을 덮고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낙엽 빛깔은 정답고 쓸쓸하다.

낙엽은 버림받고 땅 위에 흩어져 있다.

저녁 노을의 낙엽 모습은 쓸쓸하다.

바람 불 적마다 낙엽은 외친다.

 

가까이 오라, 우리도 언젠가는 낙엽이리니

가까이 오라, 밤이 오고 바람이 스민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이 낙엽이 썩으면 거름이 되어 다시 나무의 좋은 자양분(滋養分)이 된다. 보잘 것 없는 듯한 낙엽이 생태계의 훌륭한 천연비료가 되는 것이다. 순환하는 자연을 닮는 것이야말로 가장 아름다운 일이 아니겠는가.

한 줄기 바람이 휘~익 불고 지나가니 나뭇잎이 우수수수 비 오듯 떨어진다. 추풍낙엽(秋風落葉)이란 말은 이럴 때 쓰는 말이렷다.

♪~찬바람이 싸늘하게 얼굴을 스치면 따스하던 너의 두 뺨이 몹시도 그리웁구나 / 푸르던 잎 단풍으로 곱게 곱게 물들어 그 잎새에 사랑의 꿈 고이 간직하렸더니~♬ 우리는 약속이나 한 듯 이구동성으로 ‘낙엽 따라 가버린 사랑’ 노래를 흥얼거린다.

구름정원길로 접어드는데 널따란 억새밭이 펼쳐진다. 은빛 억새꽃이 하늘하늘 참으로 보기 좋다. 나의 졸시(卒詩) ‘억새 물결’을 인용해 본다.

 

​소슬바람에

서그럭 서그럭

또 하나의 은빛강 출렁인다

 

백발 휘날리며

가지 말라고 가지 말라고

애원하는 억새 물결

 

한 줄기 바람이었나

무심한 세월 향해

회한의 눈물로 손사래 치는

저 백색 군무(群舞)

 

구름을 품고

그리움을 품고

또 다음을 기약하며

서글피 몸부림치는 억새꽃

북한산(北漢山, 837m)은 백운봉, 인수봉, 국망봉 세 봉우리가 마치 뿔처럼 우뚝 솟아있는 데서 유래하여 고려시대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삼각산(三角山)’이라 일컬어 왔다. 그런데 일제강점기 1915년 조선총독부가 ‘북한산’이란 명칭을 최초로 사용한 이후 1983년 북한산국립공원 지정과 함께 그 이름이 공식화되었다. 당시 조선총독부에서 한강 이북의 서울지역을 가리키는 행정구역명 ‘북한산’을 잘못 이해한 데서 비롯하였다 한다.

​“가노라 삼각산아 다시 보자 한강수야 / 고국산천을 떠나고자 하랴마는 / 시절이 하 수상하니 올동말동 하여라.” 병자호란 때 김상헌이 청나라로 끌려가면서 읊었던 그 삼각산 이름은 안타깝게도 대한민국 공식 문서와 지도에서 사라져버렸다.

​다행히도 2003년부터 서울시 강북구는 백운봉 등 3개 봉우리가 있는 지역이 ‘삼각산’이란 이름으로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10호로 지정된 것을 계기로 서울시와 중앙정부에 원래의 명칭 복원을 정식으로 건의하고, “삼각산 제 이름 찾기 범국민 추진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현재 그 활동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하루속히 ‘삼각산’ 원래의 제 이름 되찾기를 간절히 소망하는 바이다.

작은 헬기장도 통과한 후 북한산생태공원으로 접어든다. 아담하면서도 예쁘게 잘 가꾸어져 둘레길 걷는 시민들의 만남 장소 또는 쉼터로 사랑받고 있는 공원이다.

“나는 걸을 때 명상을 한다. 걸음을 멈추면 생각도 멈춘다. 나의 정신은 오직 나의 다리와 함께 움직인다.” 루소의 명언이 적힌 간판도 출현한다. 8코스는 산행 코스가 대부분이지만 중간중간 아기자기한 마을길 골목길도 통과한다.

​우리는 전망이 확 트인 어느 팔각정에서 점심 식사를 한다. 김밥에 빵, 과일에 따끈한 커피도 마신다. 여기에 막걸리가 빠지면 결코 아니 될 것이다. 그야말로 금준미주에 옥반가효~~

장미공원을 지나는데 철 모르는 장미 몇 송이가 아직도 매력적인 자태를 뽐내고 있다. 젊었을 적 좋아했던 패티김의 노래 ‘장미와 판탈롱’을 흥얼거린다.

바람이 부네. 사랑의 바람이 부네

장미는 피었건만 가시를 조심을 해요

판탈롱에 선글라스 샤넬넘버.5 살랑살랑 걸어가네

명동에서 만난 사람 잊어 버리고서 정릉의 랑데뷰

마음이 부드러워서 거절을 못한답니다

마음이 부드러워서 거절을 못한답니다.

유서 깊은 탕춘대성암문(蕩春臺城巖門)을 통과한다. 탕춘대성은 1718년 숙종 때 서울 성곽과 북한산성을 연결하는 성으로, 방어기능을 보완하고 군량을 저장하기 위해 축조하였다. 이 성의 이름 유래는 연산군(燕山君)의 연회장소인 탕춘대가 근처 산봉우리에 있던 것과 관련 있다 한다.

이제 옛성길을 지나 평창마을길로 진입한다. 종로구 평창동(平倉洞) 주택가 아스팔트길을 지나는데 생각보단 구불구불 가파른 오르막길이 많다. 예전부터 부유층들이 평창동에 모여 산다는 말을 들었는데 직접 와보니 정말 실감 난다. 걸으면서 영화 ‘기생충’ 장면이 떠오름은 무슨 연유일까?

​이런저런 흥미로운 건축물이 많아 동네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크고 호화로운 저택들, 검은 현무암으로 지은 이국적 건물, 일본식 건축양식도 보이고, 전쟁영화에 나올 법한 신기하고 특이한 건물도 보인다. 또한 보각사, 청련사, 불교대학, 해원사 등 사찰도 많이 등장한다. 가파른 경사의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을 반복하며 계속 걷고 또 걷는다. 상당히 긴 코스의 평창마을길이다.

​연화정사(蓮華精舍) 앞을 지나는데 화려하고 운치 있는 분위기의 사찰이다. 붉은 담장과 커다란 소나무들이 잘 어울리고, 뒤쪽으론 형제봉이 우뚝 솟아 있다. 스님에게 우리 일행 사진을 부탁했더니 흔쾌히 찍어 준다. 멋쟁이 스님이시다.

​우와, 저게 뭐야!! 형제봉(兄弟峯) 산길을 오르는데 길옆에 ‘나무미륵대불(南無彌勒大佛)’ 글이 암각 된 거대한 바위가 엉버티고 있다. 엄청나게 커다란 바위에 글씨도 커다랗게 새겨져 있다. 우리는 그 거암(巨巖)을 배경으로 인증샷을 남긴다. 흔적을 남기지 않으면 영원히 후회한다는 듯이~~

​이제 성북생태체험관 앞에 도달한다. 여긴 북한산에 인접한 곳으로 자연학습을 통해 다양한 식물과 동물에 대하여 이해하고 체험하는 곳으로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함께 보고 즐길 수 있는 유익한 공간이다.

오늘은 8코스 중 중간지점 여기까지만 걷고, 다음번에 이어서 서울둘레길 종착역까지 완전히 마무리 짓기로 우린 다짐을 한다.

#서울둘레길#임한율시인#남양주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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